보도자료/논평

아동학대 문제 진단을 위한 긴급 간담회 안철수 당대표 모두발언 (2020. 06. 11) 2020-06-11


아동학대 문제 진단을 위한 긴급 간담회 

(2020.06.11./14:00) 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



안녕하십니까, 국민의당 대표 안철수입니다. 


지난 6월 1일 집안에서 여행용 가방 속에 7시간 갇힌 뒤 심정지 상태에서 발견된 9살 아이가 이틀 뒤인 6월 3일 오후 6시 30분쯤 병원에서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이 아이는 그전인 어린이날에도 머리를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의료진이 학대 정황을 의심하게 되어 경찰의 조사가 진행되던 상황이었습니다. 


그 어리고 여린 아이가 7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얼마나 끔찍한 고통을 겪어야만 했을지 도저히 상상조차 되지 않습니다. 일차적으로는 이 아이를 지옥으로 몰아넣어 죽음에 이르게 한 계모에게 법이 정한 최대한의 처벌을 해야겠지만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행동의 전부는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부모의 학대 속에 괴로워하며 죽어가고 있을 또 다른 아이들을 구해야만 합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충격적인 아동학대 사건들은 거의 매년 반복되었고, 그에 따라 여러 대책이 시행되었으며, 사회적 인식도 점점 높아져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감시도 조금씩 강화되어 왔습니다. 


실제로 이번에 세상을 떠난 아이의 경우 인근 주민들이 아이가 학대받는 소리를 듣고 경비실에 신고한 적도 있으며 의료진이 폭력을 의심해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고 경찰과 아동보호 전문기관이 개입했으며 친부는 훈육 방법을 바꾸겠다고 다짐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결국 아이는 구하지 못했습니다. 이웃들과 병원과 경찰과 아동보호 전문기관이 모두 일정한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다시 고찰해 봐야 합니다. 그 결과 국민의당은, 부모의 ‘선의’에 대한 믿음에 기반한 ‘원가정 보호주의’의 일률적 적용 폐지를 심각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현행 아동복지법 제4조는 원가정 보호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성장할 수 없을 때에는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조치하며 아동을 가정에서 분리하여 보호할 경우에는 신속히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아동복지법은 학대 가정의 아동만을 대상으로 한 법이 아니라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법입니다. 일반적인 가정이라면 ‘부모의 선의’를 믿고 이러한 원가정 보호주의를 적용할 수 있겠지만, 학대 가정은 이미 사랑과 보호와 회복이라는 가정 본연의 기능이 망가진 곳입니다. 그런 학대 가정에까지 원가정 보호주의를 대원칙으로 적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합니다. 


이러한 원가정 보호주의하에서 학대 아동의 가정 복귀 비율은 82%이며, 특히 재학대 아동의 가정 복귀 비율도 69%로 거의 70%에 가깝습니다. 아동학대 사건에서 가해자의 77%가 부모이고 학대발생장소의 79%가 가정 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학대 피해 아동의 상당수가 기존의 학대환경에 다시 머무는 것입니다. 


학대받는 아이들도, 정상적인 가정의 아이들도, 모두 똑같이 사랑받고 보호받아야 할 소중한 생명입니다. 그렇다면 부모가 자신의 역할을 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범죄 가해자인 학대 가정의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선의에 기반한 원가정 보호주의 원칙을 들이댈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부모의 역할을 해 주어야 합니다. 

옛날의 대가족과 마을공동체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마을 어른들이 불안한 가정의 아이들에게 해주었던 역할을 되살려야 합니다. 마을공동체에서 핵가족으로 울타리가 쪼그라들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알지 못하고 도망칠 곳도 사라져 무방비하게 학대당하는 아이들에게 다시 큰 울타리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국민의당은 다음의 5가지를 제안합니다. 


첫째, 아동복지법의 원가정 보호주의를 폐지하거나, 적어도 아동학대 가정에는 원가정 보호주의가 적용되지 않도록 개정해야 합니다.


둘째,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개정하여, 학대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부모와 아동을 분리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분리 판단을 범죄의 가해자와 피해 당사자인 부모와 아동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에게 맡기도록 해야 합니다.


셋째, 충분한 예산을 투입하여 학대아동을 가정과 유사한 보호기관에서 전인적 교육을 통해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런 안전망이 없다면 원가정 보호주의의 개정이나 학대 부모와 아동의 원칙적 분리는 어려울 것입니다. 


넷째, 부모의 역할과 사랑의 구체적인 내용을 학교에서부터 교육시켜야 하며 적어도 중학교 교과과정 안에서 부모가 자녀를 사랑한다고 할 때 요구되는 것은 인내와 용서라는 점을 가르침으로써, 미래의 부모가 될 청소년들이 미래의 자녀들을 올바르게 사랑하고 훈육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내용들을 21대 국회의 첫 번째 통과 법안으로 삼을 것을 여야 정당들에게 제안합니다. 9살 아이가 심정지로 병원에 실려 간 6월 1일은, 21대 국회의 실질적인 시작일이었습니다. 국회의원의 임기 개시와 동시에 일어난 이 비극을 21대 국회도 참담한 마음으로 기억하고 국회가 할 일을 해야 합니다.


오늘 꼭 필요한 자리를 만들어주신 권은희 의원님께 감사드리며, 참석해 주신 관계부처 여러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오늘의 긴급 간담회가 희생당하는 어린 생명이 더 이상 없도록 힘과 지혜를 모으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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